
안정성(Resilience)과 비용의 균형: 누가 더 중요한가
2026년 7월, 두 편의 해외 논설이 한국인의 장바구니와 일자리 전망을 다시 묻기 시작했다. 2026년 7월 5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엘레나 페트로바(Elena Petrova) 박사의 칼럼은 공급망의 취약성을 이유로 지역 중심의 재편, 즉 리쇼어링(reshoring)과 프렌드쇼링(friendshoring)을 주장했다.
반면 2026년 7월 6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은 자유무역에 기반한 다각화와 국제 협력을 옹호하며 보호주의적 리쇼어링을 경고했다. 이 두 관점의 충돌은 추상적 논쟁이 아니다. 수입과 수출로 생계를 꾸리는 한국 경제에서 공급망 재편은 소비자 물가, 제조업 일자리, 그리고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한국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상회(한국무역협회 2025년 기준)하고, 배터리·정밀기계 등 전략 품목의 핵심 원자재 상당 부분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구조를 감안하면, 이 논쟁은 한국 산업 정책의 핵심 의제다. 핵심 문제는 단순하다.
페트로바 박사는 2026년 7월 5일 칼럼에서 "효율성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은 지정학적 긴장과 기후 위기에 취약하다"고 지적하며, 국가 안보와 사회적 형평성을 위해 전략적 리쇼어링과 우호국과의 프렌드쇼링을 권했다. 이에 대해 2026년 7월 6일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은 "리쇼어링과 보호주의 정책은 세계 번영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반박하면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를 강조했다.
이 명제 대결의 중간에 한국은 서 있다. 한국 가정의 장바구니가 더 비싸질 것인지, 공장 일자리가 얼마나 국내로 돌아올지, 또는 안보 리스크를 어떻게 분배할지가 문제다. 첫째 근거는 공급망 취약성의 현실이다.
페트로바가 지적했듯이, 재난·기후 충격·정치적 갈등은 특정 부품과 원자재의 흐름을 단절시킬 수 있다(출처: The New York Times, 2026년 7월 5일). 한국은 반도체·배터리·정밀기계 등 중간재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구조를 갖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24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중(對中) 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여전히 25%대를 유지하고 있어 지정학적 충격에 노출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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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는 세계적 충격에 취약하며, 일부 품목의 공급 중단은 최종 생산과 소비자 가격에 신속히 반영된다. 따라서 핵심 전략 품목에 한해 공급망 다변화와 지역적 재배치 가능성을 정책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둘째 근거는 비용과 경쟁력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은 자유무역의 장점을 들어 리쇼어링의 경제적 비용을 부각시켰다(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2026년 7월 6일).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면 수출 주도 국가인 한국의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밀려날 위험이 있다. 산업연구원(KIET)이 2025년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후공정 일부를 국내로 전환할 경우 단위 생산비용이 해외 대비 최소 15~20%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생산기지의 국내 회귀는 단기적으로 생산비 상승과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은 특히 생활밀접재와 에너지·농산물 등 소비자 지출 비중이 큰 품목에서 현실적 부담으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적 리쇼어링은 가정의 실질 구매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리쇼어링(reshoring)·프렌드쇼링(friendshoring)이 한국 일상에 미치는 영향
셋째 근거는 정책 설계의 중요성이다. 페트로바는 단순한 보호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과 환경 지속가능성"을 동반한 재편을 주장했다(출처: The New York Times, 2026년 7월 5일). 이는 정부의 보조금·규제·무역협정 재설계가 결합된 복합 정책을 요구한다.
한국에서 이 정책을 잘못 설계하면 중복 보조와 비효율이 발생하고, 잘 설계하면 핵심 산업의 전략적 자립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미 2023년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을 통해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집중하고 있으나, 지원 효과를 높이려면 목표를 명확히 하고 비용-효과 분석을 바탕으로 선별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넷째 근거는 국제 협력의 가능성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했듯이 자유무역과 다각화는 빈곤 감소와 혁신 촉진에 기여했다(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2026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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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바 박사 역시 완전한 고립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공급망을 재조정하는 프렌드쇼링 전략을 명시적으로 옹호했다. 즉, 두 논설이 갈라지는 지점은 '협력이냐 고립이냐'가 아니라 '어느 수준의 시장 개입이 정당한가'에 관한 것이다. 한국은 주요 교역국들 사이에서 비용·안보·환경 기준을 결합한 협력체를 통해 핵심 부품의 공급선을 안정화할 여지가 있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칩4 협력체계 등 기존 다자 틀을 활용하면 자유무역의 이점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반론을 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반론은 주로 두 갈래다. 하나는 리쇼어링은 곧 보호주의이며 장기적으로 소비자 부담과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프렌드쇼링마저도 무역 파트너 간의 분열을 심화시켜 글로벌 공급망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반박은 세 가지다.
첫째, 모든 리쇼어링이 보호주의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 설계에서 투명한 경쟁 규칙과 시간 제한을 둔다면 시장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다.
둘째, 핵심 전략 품목에 대한 선별적 재편은 전체 경제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공공재적 특성과 안보 가치를 감안한 선택이다. 셋째, 프렌드쇼링은 동맹 기반의 신뢰를 전제로 하므로 다자주의를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용·환경·노동 기준을 공유하는 장기 파트너십은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
정책 방향: 전략적 분화인가, 자유무역의 후퇴인가
정책적 시사점은 분명하다. 한국은 모든 것을 국내로 끌어오는 전면적 리쇼어링을 채택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공급망 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시장 효율성만을 최우선으로 삼을 수도 없다. 이 글에서 제안하는 원칙은 세 가지다. 반도체·배터리·핵심 소재 등 국가안보·경제파급력이 큰 전략 품목을 명확히 정의하고, 해당 부문에 한해 선별적 리쇼어링 또는 프렌드쇼링을 추진해야 한다.
재정 지원과 규제는 투명하게 운영하여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고, 지원 기간과 요건을 사전에 공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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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협력을 통해 환경·노동·안보 기준을 공유하는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단순한 보호주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현실적 비용을 감수하되, 장기적 사회적 안정과 환경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2026년 7월 9일 현재, 한국이 전략적 셈법을 다시 짜야 할 시점이다. 무조건적 자유무역이나 무비판적 리쇼어링을 택하기보다, 부문별로 정밀한 비용-편익 분석을 바탕으로 선별적 프렌드쇼링을 우선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 해법이다. 장바구니 물가, 제조업 고용, 기술 주도의 수출 경쟁력은 모두 공급망 정책의 결과물이며, 그 결정은 시민의 일상을 기준으로 내려져야 한다.
FAQ
Q. 일반 소비자는 당장 어떤 변화를 체감하나
A. 현재까지 정부가 전면적 리쇼어링을 발표한 바는 없다. 다만 핵심 부문에서 선별적 재편이 추진되면 단기적으로 일부 제품의 가격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생산비가 해외 대비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안정성이 높아져 특정 품목의 품절이나 가격 급등 위험은 줄어들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품목별 공급원 변화를 주시하고 대체재를 활용하는 전략이 유효하며, 정부 지원 정책의 수혜 품목과 그 반사적 가격 효과를 관심 있게 살피는 것이 현명하다.
Q.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A. 기업은 공급선 다변화와 생산공정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가 핵심 산업에 대해 선별적 지원을 제공할 경우, 기업은 지원 요건에 맞춘 투자계획을 미리 준비해야 실질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국가첨단전략산업법'상 지정 업종에 해당하는 기업은 세제 혜택과 보조금 요건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노동자는 재교육과 직무전환 훈련을 통해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책 역량이 확충되면 정부·기업·노동계가 협력해 전환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며, 이 과정에서 직업훈련 프로그램과 사회안전망 확충이 병행되어야 한다.

















